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 무한궤도 그리운 그대 신해철
2023년 10월 27일은 가수 신해철이 세상을 떠난 지 9년이 되는 날입니다.
한국 연예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그나마 좋아했던 연예인이 가수 신해철입니다.
가수 신해철을 처음 본 날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요.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신해철이란 사람을 처음 보았습니다.
어린시절 TV에서 방영하는 대학가요제 프로그램에서 그대에게를 열창하는 신해철을 처음 본 것인데요.
무한궤도라는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그룹이 나오는데, 리드보컬로 등장한 신해철의 모습에 절로 눈이 갔습니다.
무언가 왕자나 귀공자처럼 까칠, 근엄, 진지, 새초롬해 보이는 외모에 일단 한번 호감을 느꼈습니다.
아울러 뛰어난 작곡, 작사 능력과 노래 솜씨에 한번 더 반하였습니다.
어쩌면 신해철이란 사람을 처음 본 순간부터 호감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ㅅㅎ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 무한궤도 그리운 그대 신해철 |
신해철이 작사, 작곡한 그대에게는 정말 뭐 하나 버릴 것 없이 완벽 그 자체였습니다.
그대에게는 대학가에서 응원가로 많이 썼는데, 가사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화려한 도입부 덕분에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기에 안성맞춤 이랄까?
워~우~워
예~에에에!!!
숨가쁘게 살아가는 순간 속에도
우린 서로 이렇게 아쉬워하는 걸
아직 내게 남아있는 많은 날들을
그대와 둘이서 나누고 싶어요.
내가 사랑한 그 모든 것을 다 잃는다 해도
그대를! 포기할 수 없어요~!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나는 그대 숨결을 느낄 수 있어요.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나는 언제나 그대 곁에 있겠어요~
1988년에 세상에 나온 그대에게란 곡은 35년이란 세월이 지났음에도 지금 들어도 멜로디나 가사가 전혀 촌스럽거나 어색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시대를 초월하고, 세대를 초월한 무한궤도가 부른 그대에게는 1988년 대학 가요제에서 당당히 대상을 거머쥐었습니다.
그대에게는 곡 도입부 전주 부분이 압권이잖아요?!
1988년 대학가요제 심사위원들은 그대에게 전주 부분을 듣자 마자 "이건 대상감이다" 라고 생각했을 정도라니 실로 엄청나다 하겠습니다.
신해철이 작사, 작곡한 그대에게란 곡이 만들어지기까지 재미있는 웃픈 뒷 이야기가 있는데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라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신해철은 어려서부터 엄한 집안 분위기 때문에 연예인이나 가수의 ㄱ자도 입밖에 꺼내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엄한 집안 분위기 탓에 대학가요제에 참가한다는 말은 커녕 대학가요제 참가곡 조차 마음 놓고 작곡을 할 수 없었답니다.
1988년 대학가요제 대상을 차지한 그대에게는 신해철이 자기 방에 틀어 박혀 소리가 밖으로 새 나가지 않게 두꺼운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입으로는 멜로디언에 바람을 불어 넣고 쉴새 없이 손가락으로 멜로디언 건반들 두드려 가며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어렵사리 만든 곡이란 사실은 언제 들어도 흥미진진합니다.
그대에게 노래를 들을 때마다 신해철의 이야기가 떠올라 입가에 절로 은은한 미소가 번집니다.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신해철이 노래 부르는 모습에 반해 그걸 계기로 신해철의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일까?
신해철이 만든 노래가 한 곡이라도 들어간 앨범이 있다면 무조건 사 모으고는 하였더랬지요.
ㅎㅅㅎ
- 무한궤도 시절 앨범
- 신해철 솔로 앨범
- 가수 윤상과 함께 작업한 프로젝트 앨범
- 넥스트 (NexT) 밴드 시절 앨범
- 모노크롬 (Monocrom) 앨범
처음에는 신해철 외모에 혹해서 신해철을 좋아한 것이 없지 않지만 신해철이 만든 노래를 들으면 들을수록 노래에 더 빠져들었습니다.
신해철은 서강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였는데요.
철학을 전공하여서 그런가 평소에 삶을 대하는 신해철의 생각들이 고스란히 신해철이 만든 노래에 녹아 있더군요.
저는 사랑 타령하는 대중 문화에는 관심이 없는지라 사랑타령하는 유행가나 드라마 영화 따위와는 담을 쌓고 지냈는데, 신해철이 만든 노래들은 뭔가 달랐습니다.
그냥 한번 흘려 듣고 마는 유행가와는 다르게 신해철이 만든 노래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습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사는 건 무엇인가?
인간 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끊임없이 곱씹고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철학적인 노래가 많아서 취향 저격이었습니다.
신해철이 만든 앨범 모든 노래들이 구슬과 옥처럼 영롱하게 빛났습니다.
신해철이 만든 곡은 모두 다 좋지만 그중에서 특히 좋아하는 노래는 이렇습니다.
1989.06 발매한 무한궤도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1990.05.01 발매한 신해철 솔로 앨범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1991.03.20 발매한 신해철 솔로 앨범 "Myself"
1993 발매한 넥스트 ( N.EX.T) 앨범 "Home"
오페라 락뮤직이라는 새로운 음악의 서문을 알리는 앨범입니다.
1994.05 발매한 넥스트 ( N.EX.T) 앨범 "The Return of N.EX.T PART I The Being"
신해철 솔로 앨범인 Myself 다음 두 번째로 좋아하는 앨범으로 신해철 솔로 앨범과는 또 다른 웅장함, 비장함을 느낄 수 있는 앨범입니다.
1994.05 발매한 넥스트 ( N.EX.T) 앨범 "The Return of N.EX.T PART I The Being" 수록곡 모두 강 강추!
The Destruction Of The Shell : 껍질의 파괴
Fight ! Be free!
The destruction of the shell!
이대로 살아야 하는가?
fight ! Be free!
The destruction of the mind!
껍질 속에 나를 숨기고~!
신해철은 The Destruction Of The Shell : 껍질의 파괴 이 곡을 독일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헤르만 헤세 Hesse, Hermann (1877~1962)가 1919년에 발표한 소설 데미안 Demian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The Destruction Of The Shell : 껍질의 파괴는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뇌리를 세게 강타한 명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1995.05.25에 발매한 넥스트 ( N.EX.T) 라이브 앨범 "Live Concert Chapter 1"
신해철과 넥스트 ( N.EX.T) 밴드 멤버들의 살아 숨 쉬는 현장감을 앨범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1995.05.25 발매한 넥스트 ( N.EX.T) 라이브 앨범 "Live Concert Chapter 2"
"Live Concert Chapter 1"과 "Live Concert Chapter 2"는 꼭 세트로 함께 들어야 그 감동이 두 배가 됩니다.
신해철을 좋아해서 넥스트 ( N.EX.T) 콘서트에 가보고 신해철 솔로 콘서트에도 가 보았는데요.
시간이 지날 수록 콘서트에 다녀왔던 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만큼 기억은 희미해지게 마련이지만 "Live Concert Chapter 1"과 "Live Concert Chapter 2"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마왕 신해철이 살아 숨 쉬며 노래하던 그 열광의 도가니 속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어 괜스레 울컥하기도 합니다.
ㅎㅅㅎ;;;
1995.09.15에 발매한 넥스트 ( N.EX.T) 앨범 "The Return of N·EX·T Part II The World"
이 앨범은 가수 신해철이 대한민국 시류와 세태를 비판하는 음악들로 가득 채웠습니다.
1996.02 발매한 넥스트 ( N.EX.T) 앨범 "N.EX.T Is Alive"에서는 시대 비판 강도가 더 세지는데요.
시원하게 내지르는 신해철의 보컬에서 묘한 희열과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1996.05.18 발매한 신해철 솔로 앨범 영화 정글스토리 OST
정글스토리 OST인데 이 앨범도 참 좋아합니다.
모든 수록곡들이 가슴에 사무칩니다.
특히나 우울한 제 정서에 딱 맞는 앨범이 아닐 수 없습니다.
ㅎㅅㅎ;
나의 마음은 황무지!
차가운 바람만 불고~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그런 황무지였어요~!
1997에 발매한 넥스트 ( N.EX.T) 라이브 앨범 "The First Fan Service - Live 2"
여기에 수록된 곡 중 "RU READY"를 참 좋아합니다.
R U Ready 4 the action?
어중간한 네 인생도 고민을 위한 고민도 다 날려봐!
하룻사이에도 열두번씩 다 때려치고 싶어도
가족들 얼굴 보기가 미안해 꼬랑질 내릴수 밖에
매일매일 또 똑같은 복제품 같은 하루를
이젠 벗어날때도 됐잖아 반란의 시간이 왔다!
한번도 자유롭지 못했다면 이제는 작은것 부터 바꿔봐!!!
ㅋㅋ
1997.02에 발매한 넥스트 ( N.EX.T) 첫 싱글 앨범 "Here I Stand For You (Single)"
이 노래는 뭐 심금을 울리는 멜로디와 가사를 겸비한 락 발라드라 여성 팬들이 많이 좋아했을 겁니다.
이 노래 녹음할 때 비화도 참 의미심장한데...
신해철이 Here I Stand For You를 일본에서 녹음했다고 하더군요.
Here I Stand For You 곡 뒷 부분에 목청이 터져라 시원하게 내지르는 부분이 있는데, 신해철은 이 부분을 부르기 전에 단전의 기를 끌어 올리려 허리에 벨트를 있는 힘껏 조이고 노래를 불렀다고 하더라고요.
Here I Stand For You 고음 올라가는 부분에서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벨트가 끊어졌다는 전설의 레전드 레전설 같은 비화를 신해철 본인이 고스트스테이션에서 밝힌 적이 있습니다.
역시 악바리 근성 없이는 성공하기 쉽지 않다 싶은 대목입니다.
신해철이 고스트 스테이션에서 그 이야기를 하면서 Here I Stand For You 싱글 앨범을 낸 이유를 밝혔는데요.
그 당시 상당히 비쌌던 음반 가격을 낮추기 위하여 음반사와 마찰을 빚어 가면서 까지 싱글 앨범을 낸 것입니다.
아무래도 주머니 사정 가벼운 학생 팬들이 많았기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싱글 앨범을 내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음반사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그 당시에는 그나마 저렴한 가격대인 1만 원 안 짝의 금액대로 싱글 앨범을 발매하였습니다.
1997.11.30에 발매한 넥스트 ( N.EX.T) 한국 만화영화 OST "Lazenca (A Space Rock Opera)"
신해철 스스로 이 악물고 만들었다고 밝히기도 하였을 정도로 Lazenca (A Space Rock Opera) 라젠카 앨범은 신해철이 악바리 근성 다 쏟아 부으며 열과 성을 다해 만든 앨범입니다.
그래서 Lazenca 라젠카 만화 영화에 비해 Original Sound Track이 너무나 고퀄 (high quality)이라는 평이 자자합니다.
Lazenca 라젠카 앨범은 꼭 노래를 트랙 순서대로 들어야 그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Lazenca 라젠카 앨범 자체가 하나의 뮤지컬이자 오페라와 같이 노래마다 각 서사가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Lazenca (A Space Rock Opera) 노래 모두 좋아하지만 특히나 좋아하는 곡은 인간 본성을 다룬 냉소적인 가사가 일품인 The Power가 그렇게 마음에 들더라고요.
ㅋㅋ
어차피 인간들의 모든 역사는~~~
승리한 자를 위해 꾸며지는 것!!!!
누군가 지배하면~
나머진 따른다.
헤매는 쥐떼보다
정원에 메인 개가 나은 것?!
The Power~!?
어떤 대가도 내겐 상관 없으니
세상 전부를 손에 넣을 계약을 원한다~~~~~~~!
1998.06.01에 발매한 신해철 솔로 앨범 "Crom's Techno Works"
"Crom's Techno Works" 앨범에 수록된 곡은 신해철의 히트곡들을 테크노 뮤직으로 새롭게 재해석하여 만든 앨범인데요.
원곡 좋은 거야 두말하면 잔소리, 테크노 음악으로 빠르게 변신한 곡들도 취향에 딱 맞더라고요.
ㅎㅅㅎ
테크노 뮤직으로 새롭게 변식한 곡들은 비트 (beat)가 빨라 신이 납니다.
신이나~!
신이나!
엣헴 엣헴 신이나!
신해철의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이 마음껏 녹아든 "Crom's Techno Works" 버릴 게 전혀 없는 앨범입니다.
1999.11.25 발매한 신해철 솔로 앨범 "Homemade Cookies & 99 Crom Live"
신해철이 영국에서 유학하면서 만든 앨범인데 낯선 이국 땅에서 유학하면서 겪었던 고뇌와 절망과 희망이 엿보이는 곡이 많습니다.
신해철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꼽은 "민물장어의 꿈"
"민물장어의 꿈"을 들을 때마다 민물장어나 인간이나 살아가는 게 참 힘들구나 싶어 먹먹한 마음에 목이 메이고 눈시울이 붉어지며 이내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명곡입니다.
2000.01.01에 발매한 영화 세기말 OST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신해철이 세기말 OST를 작곡하였는데요.
신해철이 작곡한 OST를 듣기 위해 영화 세기말을 보았습니다.
영화 내용은 영화 제목처럼 딱 세기말스럽습니다.
더럽게 우울하고, 암울하고, 어둡고, 슬프고, 대환장 콜라보 대잔치였는데요.
여자의 삶은 그때나 지금이나 나아진 것이 없단 생각에 변함 없습니다.
시대가 변해서 여성 인권이 신장 되었다고는 하는데 뭐 딱히 모르겠음 그 만큼 여자에게 지어진 짐이 더 늘어났으니까 말입니다.
맞벌이
집안일 대소사 大小事 주관主管
육아
어째 요즘 들어 여자들이 살아가기 더 힘든 환경이 된 것 같아 씁쓸합니다.
2000.12에 비트겐슈타인이란 그룹으로 발매한 프로젝트 앨범 "비트겐슈타인"
신해철은 정상에 올랐음에도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후배들 양성은 물론 항상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을 만들려 힘써왔습니다.
비트겐슈타인 앨범 역시 젊은피들과 함께 시도한 색다른 곡들로 꾸며져 새로운 도전 정신이 느껴지는 앨범입니다.
신해철을 이야기 할 때 철학을 빼 놓고 이야기 하기 어렵잖아요?
비트겐슈타인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철학자 중 한 명으로 비트겐슈타인 Wittgenstein, Ludwig Josef Johann 오스트리아 태생의 영국 철학자(1889~1951). 논리 실증주의와 분석 철학의 형성에 기여하였으며 비트겐슈타인 Wittgenstein, Ludwig Josef Johann의 저서에 {논리 철학 논고(論考)}, {철학 탐구} 따위가 있습니다.
2002.09.09 발매한 "The Best Of Shin hae-Chul/Struggling"
신해철의 음악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앨범입니다.
지금까지 출시한 신해철의 앨범들 중에서 대중에게 사랑 받은 곡들로 꽉꽉 채운 앨범인데요.
"The Best Of Shin hae-Chul/Struggling" 은 신해철 음악 인생사를 모두 아우른 앨범으로 이 앨범 하나만 들어도 신해철 음악사를 모두 체험할 수 있습니다.
Struggling이라는 앨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신해철이 곡 하나 하나를 만들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통 속에서 몸부림쳤을지 알만 합니다.
흔히 말하는 창작의 고통은 아는 사람만 알겠지요.
모르는 사람은 백 날 아무리 설명해도 모를 창작의 고통 말입니다.
이 앨범 하나만 들어도 몇 시간은 금방 가는데 그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은 앨범입니다.
2004.06.16 발매한 넥스트 ( N.EX.T) 앨범 "The Return Of N.EX.T Part III : 대한민국"
신해철이 대한민국에 느끼는 애증이 그대로 음반에 녹아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아니 여러 번? 나라에 실망해서 증오하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나라를 버릴 수는 없지요.
그대를 포기할 순 없어요!
다시 대한민국에서 희망을 찾으려 힘쓸 수 밖에....
이 이후로는 제 삶을 살아가기 바쁘단 이유로 신해철 앨범을 더 이상 사 모으지 않았습니다.
학창 시절 때처럼 열과 성을 다하여 열렬하게 음악을 듣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나 혼자 벌어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에 나와보니
고상하게 음악을 들으며, 철학을 이야기하며, 어떻게 사는 게 옳고 그른 것인가에 대해 논하는 것 자체가 다 부질 없다 싶더군요.
마치 나에게 쓰는 편지에 나오는 가사처럼 말이지요.
이제 나의 친구들은 더 이상 우리가 사랑했던
동화 속의 주인공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고흐의 불꽃같은 삶도, 니체의 상처입은 분노도
스스로의 현실엔 더이상 도움될 것이 없다 말한다
전망 좋은 직장과 가족 안에서의 안정과
은행 구좌의 잔고 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
돈, 큰 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
어른이 되면 왜들 그렇게 돈돈 거릴까 의문이었는데
왜들 그렇게 돈만 밝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저 역시 어른이 되었다고 돈 돈 거리게 되었달까???
너무 슬픈 현실
가끔 TV 토론회에서 논리 정연하게 사람들을 설득하는 신해철을 보면 내심 참 뿌듯했습니다.
그렇게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았던 마왕 신해철!!!
2014년 10월 27일 신해철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너무나 충격이었습니다.
그것도 의료사고로 고통스럽게 사경을 헤매다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화가 머리 끝까지 났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의사의 뻔뻔함에 치가 떨렸습니다.
신해철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의사가 더 이상 대한민국 어디에도 발 붙일 곳이 없다니 그나마 분이 좀 사그라 듭니다.
물론 유족들은 분이 풀리지 않겠지만 말이지요.ㅠㅠ
롤링스톤즈처럼 나이가 들어도 신해철이 좋아하는 록음악 하며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서 영원히 함께 할 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날 줄 몰랐습니다.
물질 만능주의, 외모 지상주의가 신해철을 사지를 내 몬 것이 아닌가 싶어 씁쓸할 따름입니다.
ㅠㅠ
이미 너무 타락해버린 나는 모든 것이 순수했던 학창 시절로는 돌아갈 수 없는 것이겠지...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 무한궤도
흐린 창문 사이로
하얗게 별이 뜨던 그 교실
나는 기억해요
내 소년 시절에
파랗던 그 꿈을
세상이 변해가듯
같이 닮아가는 내 모습에
때론 실망하며
때로는 변명도 해보았지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린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홀로 걸어가네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회 없노라고
그대여
우리 모두는 행복해지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따뜻하게 위로해주던 마왕 신해철,
그곳에서는 모든 아픔 잊고 행복하세요. 마왕!
가끔 신해철이 남긴 음악들을 들을 때면 아직도 신해철이 살아 숨쉬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시간이 이렇게 빠르구나 싶어 새삼 놀랍니다.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신해철이 세상을 떠난지 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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