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없이
11월은 가을일까요? 겨울일까요?
11월부터 당연히 초 겨울이라 여겼는데요.
절기 상으로 11월은 겨울보다는 가을에 더 가깝다고 합니다.
보다 정확하게 11월은 가을과 겨울의 중간인 추분(秋分)에 가깝다고 합니다.
추분(秋分)
추분(秋分)은 백로(白露)와 한로(寒露) 사이에 있는 24절기의 하나로
양력으로는 9월 23일 무렵, 음력으로는 대개 8월에 이릅니다.
추분(秋分)에는 추분점(秋分點)에 이르러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며 천문학적으로는 태양이 황경 180도의 추분점을 통과할 때를 말합니다.
통상 양력 11월부터 12월 21일 까지를 가을로 본다고 하는데요?
지금이야 11월이 무색하게 날씨가 따뜻하다 보니 가을이라는 계절이 잘 어울리지만~
비단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1월부터 추워지기 시작해서 12월은 거의 한겨울이나 다름없이 추웠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런데 계절 상으로는 11월부터 12월 중순까지 가을로 나눈다는 사실이 참 재미있습니다.
사실 아직 추운 겨울이 오는 게 그다지 달갑지 않다 보니 11월이 가을에 속한다는 사실이 새삼 반갑더군요.
11월이란 말만 들어도 쓸쓸함이 묻어 나는데 아직은 가을이라는 말에
"아직은 춥지 않겠구나"
"아직은 따사로운 가을의 온기를 느낄 수 있겠구나" 싶어 안심이 된달까?
누구나 추운 겨울을 버티는 것은 몹시 괴롭고 힘에 부치는 일일테니까 말입니다.
그러니 가을이 조금만 더 있어 주기를 바라고, 추운 겨울이 조금이라도 늦게 왔으면 하고 바라게 된달까요?
11월이 가을이라고 하니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가을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여러분은 가을 하늘을 올려다 본 적이 있나요?
가을 하늘을 올려 다 보면 저도 모르게 입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이 있습니다.
바로 애국가 3절의 첫머리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말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애국가를 3절 4절까지 알고 있으려나?
라떼만 해도 학창 시절에 지금의 초등학교, 예전의 국민학교 꼬꼬마 시절에 선생님이 애국가 1절부터 4절까지 외워 오라고 하고 쪽지 시험인가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어릴 때 그렇게 선생님의 강요로? 억지로? 반 강제적으로? 외운 애국가 4절이건만 희한하게 나이 들어서도 그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지금까지 남아 있으니 신기하기 그지 없습니다.
억지로라도 공부해야 하는 이유랄까?
ㅋㅋ
그때는 몰랐는데 애국가 3절 첫 소절이 참 과학적이더라고요.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는 정말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가사이더군요.
실제로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면 애국가 3절 가사처럼 가을 하늘이 공활한데 높고 구름 한 점 없었습니다.
공활하다는 말이 뭘 의미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지만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궁금하여 인터넷 사전에서 공활하다 뜻을 찾아보니 이렇더군요.
공활하다 空豁하다
형용사
텅 비고 매우 넓다.
공활한 가을 하늘은 말 그대로 하늘이 텅 비고 매우 넓었습니다.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없이 |
그 많던 구름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두 자취를 감춘 채 티 없이 맑고 파란 가을 하늘만 존재하였습니다.
그렇게 공활한 가을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드넓은 우주 한 복판에 둥둥 떠다니는 기분입니다.
여름 내내 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떼구름들은 아마도 건조한 가을 날씨 탓에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겠지요?
여름에는 하늘 위에 두둥실 떠다니는 구름 보는 재미가 쏠쏠하였다면?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없이 |
구름이 모두 사라진 가을 하늘은 그야말로 이 지구 상에는 저 파란 하늘과 나 밖에 존재하지 않는 착각에 빠져든달까요?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애국가이니 만큼 가사 하나를 만듦에 있어 허투루 하지 않고 자연의 이치를 녹여낸 조상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습니다.
어릴 때는 애국가를 듣거나 부를 때 별다른 감흥이 없었습니다.
그냥 어린 마음에 왜 이렇게 애국가가 길지? 지루하다? 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이제와 생각하면 애국가 4절은 각 계절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애국가 1절은 봄
애국가 2절은 여름
애국가 3절은 가을
애국가 4절은 겨울
티끌 하나 없이 맑은 가을 하늘을 올려다 보면 자연스레 입에서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노랫가락이 흘러 나오는 게 참 신기합니다.
나이 들수록 애국 보수가 된다는 말이 좀 실감이 난달까?
난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싶습니다.
애국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우리나라 애국가 가사는 한 소절 한 소절이 마치 시 구절처럼 아름답지 않습니까?
애국가 탄생 관련하여 여러가지 숨겨진 이야기가 많은데 애국가가 처음 만들어질때만하여도 마땅한 가락이 떠오르지 않아서였는지 우리에게 익숙한 석별의 정 멜로디에 애국가 가사를 덧씌워 불렀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작별이란 웬 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어딜가든 잊으리오 두터운 우리 정
다시 만날 그날 위해 노래를 부르세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20세기 초엽까지 민간에 퍼져 있던 애국가 가사에 1936년 안익태가 곡을 붙여 비로소 우리가 부르는 애국가 가락이 탄생하였으며,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더불어 국가로 결정되었습니다.
11월의 첫날 오늘은 애국가 그 낱말 의미 하나하나를 되새기며애국가를 불러봅니다.
1.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2.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 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3.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일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4.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 애국가 -
0 댓글